#장미와 스승의날

찔레도 순백의 색깔로 꽃을 피웠다. 봄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찔레꽃을 감상하고 있는데 노란 수술에 벌도 나비도 보이질 않는다. 향이 나긴 하는 것 같은데....그래도 감상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아직 피지 못한 장미. 장미는 활짝 펴도 예쁘지만 지금처럼 꽃봉오리일때가 오묘하다. 여기에 물방울이 얹혀지면 더욱 신비로움을 준다.

바로 옆쪽에 햇볕이 더 잘드는 곳에선 활짝 꽃을 피웠다. 내가 사는 동네의 장미는 조금 개화시기가 늦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보니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얼른 한 컷

장미하면 젤 먼저 생각나는 색깔. 가장 흔한 장미색이지만 언제 봐도 정열적이다. 겨우내 추위를 견뎌내고 꽃을 피우기까지 그 긴 시간을 참아내며 활짝 피운 붉은색의 장미. 해가 가면 줄기가 굵어지지만 우리 몸은 얇아져간다.

아직 모든 장미가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한 송이 한송이 장미이 피어나는 모습이 신비스럽다. 서로필려고 도토리 키재기 하는것 같은 폼새이다. 이 꽃이 다 피면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장미가 무더기로 피는 것도 좋지만 외로이 홀로 꽃을 피우는 모양새도 괜찮다. 외로울 틈이 없다. 개미가 수시로 오르내리고 온갓 벌레들이 탐을 내지만 꿋꿋하게 그 모양 그 자세로 외로이 꽃을 피워간다.

공원에 장미나무를 심은 후 피어난 노란색의 장미. 왠지 낯설어 보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는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이 색깔의 장미는 젊은 친구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작년에 설치한 지지대인데, 아직 저 끝까지 올라가기에는 무리이다. 아마도 1~2년 후면 충분히 자라 끝에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크는 재미보다 손이 닿는 그 지점의 장미에 더 눈길이 간다.

우리 집에서 20여분을 걸어가면 야트막한 국사봉이란 산이 있다. 수양대군이 페세자 된 이후 이곳에 터를 잡아 양녕대군로라 불리는 지역에 있다. 대부분 개발이 되고 얼마 되진 않지만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주는 봉우리이다. 아카시아꽃이 이제 피었다.

국사봉에는 단풍나무 산책길이 있다. 한 여름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다. 오랫만에 갔더니 깔끔하게 잘 단장해 놓았다.

단풍나무 숲길을 어느 노인분이 호젖하게 걷고 있다. 아직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계신다. 호흡이 가빠질때가 되면 벤치가 나타난다. 조용히 앉아 새소리를 듣는 느낌이 좋다.

이 국사봉에는 아카시아나무가 유독 많다. 여름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많은 수의 아카시아나무가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이듬해 가보면 어느새 새로운 아카시아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국사봉에는 조그만 사찰이 있다. 국사봉이란 이름에서 힌트를 주듯 으레껏 국가안위를 비는 호국사찰로서의 그 기능을 수행했을 것이다. 이 곳에 간혹 들러 차를 마셨는데 오늘은 문을 열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사찰과 멀리 모이는 관악구쪽 빌딩과 아파트들을 보니 변화의 흐름을 알 수 있다. 30여년 전만 해도 멀리 보이는 관악산이 전부였는데 서서히 건물과 아파트들이 보이더니만 이젠 그게 대세가 되어버렸다.

10여년 전 스승의날엔 내 책상위에 이걸 올려놓았었다. 이걸 보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때만해도 스승의날 폐지에 관한 논의가 한창일때였다.

오늘 아침 연구실에 들어서니 쇼파 위에 이게 놓여있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때문에 보지 못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대면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캠퍼스도 활기찬 모습이다. 조금 전 대학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과 상담하면서 이 디카페인커피를 마시면서 활짝웃었다. 정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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