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었던 책(도서)?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

by 보린재 2022. 5. 13.

들어가면서

박완서 작가의아주 오래된 농담이란 책을 지인이 권해서 구입했다. 주문해 놓고도 다른 책과 함께 구입하다 보니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실 박완서 작가는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었을 뿐 작가의 책들은 전혀 읽질 않아서 어떤 서사를 보여주는지는 사실 몰랐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소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죽음에 관한 것과 출생에 관한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다.

 

이 책의 구성은 11개의 챕터로 구성되며 주 화자인 의사 심영빈이 초등학교 시절 동창생인 한광, 유현금, 그리고 화자인 심영빈의 과거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심영빈에게 군계일학처럼 느껴졌던 유현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의 기억은 앞으로 전개될 두 사람과의 관계를 암시해준다. 특히 심영빈은 집에 갈 때 현금의 이층 집에 핀 분홍색 능소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빈의 형인 영준은 법대에, 영빈은 의대에 진학하게 되어 어머니의 자존심을 세워 준다. 영빈은 어렵지 않게 학교생활을 마치고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모교 의과대학 교수자리에 오른다. 형인 영준은 대학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고 가족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츨생

출생은 영빈의 동생인 영묘, 영빈의 아내인 수경의 아들 출산, 영빈과 불륜관계인 현금의 임신을 위한 노력으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도 얘기 했지만 이 작품은 크게 두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화자인 명망 있는 의사 심영빈의 매제인 송경호의 죽음과 마지막에 제시된 치킨 박의 자살과의 대비이다.

 

두 번째는 심영빈의 결혼생활 특히 학교 교사인 수경과 결혼생활, 일탈로서 현금과의 불륜이다. 더 나아가 영빈의 아내가 두 딸이 있음에도 아들을 낳기 위해 영빈의 동창인 한광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둘을 임신중절한 끝에 드디어 아들을 임신하게 되고, 이 병원에서 영빈의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병원에 다니는 현금이 우연히 영빈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영빈의 동생이자 Y그룹의 맏며느리가 되는 영묘의 출생에 대한 나레이션이다.

 

영묘와 송경호

나는 개인적으로 생명의 탄생은 신비 그 자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태어난 한 생명이 사랑과 존엄성을 인정받고 고귀한 존재로 살아갈 세상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의 이상에 가까운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임산부를 배려하고 아기를 사랑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믿음 또한 여기에서 비롯한다.

 

영빈의 동생인 영묘는 유복녀로 태어났다. 영묘의 베필인 송경호는 재벌급 건설회사인 Y건업의 맏아들로 등장한다. Y건업은 조부가 토건업으로 시작한 회사이지만, 그의 세 아들대에 와서 재계 랭킹 50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이다. 영묘는 시잡살이(반드시 한복을 입을 것, 부득이한 경우 홈드레스까지는 봐주겠으나 종아리가 나오는 것은 절대불가)하는 동안에 연년생으로 두 아들을 낳는다. 이런 시댁의 시집살이를 영묘는 그 집은 좀 이상해. 우리집 하고는 많이 달라라는 표현 속에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던 송경호가 결핵으로 치료받다 결국 숨지게 된다.

 

과시욕과 미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

아주 오래된 농잠이 돈이라는 물신성과 가부장적 이념이 태생적으로 나타낼 수 밖에 없는 죽음과 탄생을 무력하게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재벌인 Y기업의 장남 송경호의 죽음도 송회장의 이기적 욕심과 과시욕에 이용하는 이기적 행태, 돈을 둘러싼 가족간의 암투 정도야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의 모습이다. 송경호의 처남이 명망있는 의과대학 의사임에도 Y회장을 비롯한 일가는 송경호의 가망없음을 눈치채고 이제부턴 굿이라는 샤머니즘에 의존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자본의 이기적 행태와 가부장적 제도 밖에 서 있는 유일한 인물이 현금이다. 현금은 심영빈에게는 순수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안식처이기도 하며, 또한 심영빈의 아내와 첩인 현금의 대립적 시각이 안타깝기는 하다.

 

송경호의 죽음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진실의 바다로 항해하는 가운데에는 능소화가 있다. 죽음 이후 능소화라는 흐릿한 옛 시간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죽음의 공포로부터 오히려 삶의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찬란한 빛의 모습일 것이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

이제 나의 평생 화두인 인간다운 삶이란 주제로 돌아가고 싶다. 흔히 철학자들은 자기 주체성을 가지라고 말한다. 온전히 내 자신을 소유할 수 있는 그런 삶...어떤 이기적인 태도와 삶의 방식을 버리라고 말한다. 법정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보통사람들이 그것을 온전히 멀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존재할까?

 

하지만 나의 결론은 그렇다. 온전히 나의 생명과 삶 전체를 온전히 소유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인간다운 삶이라 생각한다. 그 어떤 철학자들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해 가는 것,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 있는 지금부터의 시간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자본의 물신성과 가부장적인 요소가 얼마나 자리하고 있는가?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것의 깊이를....

.

.

.

#박완서

#아주오래된농담

#박완서작가_아주오래된농담

#심영빈

#Y그룹의후계자송경호의죽음

#심영묘

#능소화

#한광과유현금

#보린재의서재

#보린재의명상

#뜨거운커피한잔의여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