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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사는 방법은?

#불편부당[不偏不黨] - 공정과 상식

by 보린재 2022. 5. 7.

불편부당한가요?

불편부당은 사전적으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아주 공정함이란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정치적인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라고 얘기할 때 여기에는 불편부당한 중립이라는 의미가 내포된다. 더 나아가 재판할 때 판사는 동료판사나 지인, 가족에 구애받음이 없이 법의 잣대로 공정하게 판결을 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포함될 것이다.

 

또한 불편부당은 공정하려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치우침이 있으면 공정할 수 없고,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게 된다.

 

지금은 청문회 정국이다. 모 후보자의 아들과 딸은 자신이 근무하는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모 후보자는 자동차세를 덜 내기 위해 주소를 이전했다. 그것도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장관 후보자가 말이다. 또 다른 후보는 법인 카드를 쪼개기로 사용하고,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할 때 일명 방석 집에서 논문심사를 했다는 결정적 증언으로 결국 사퇴했다. 과연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 뒤에서 다루겠지만 고위 공직자의 뜻을 가진자는 결국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패가망신을 하게 된다.

 

불편부당은 다시 언급하건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짐 없는 중정(中正, 치우침이 없이 곧고 올바름)이요, 공평하이다. 중정과 공평함은 늘 그러한 자연이 추구해 왔고 수많은 철학자들과 학자들이 강조해온 본질(本質)이었다. 수 많은 역사적 사실이 불편부당을 유지함이 힘든가를 증명해 주고 있다.

 

과거 합격자 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을 지운다?

불편부당함은 곧 상행하효(上行下效)를 낳는다. ‘상행하효에서 효()본받다는 의미의 한자이다. ‘윗사람이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본받다.’는 사자성어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의미이다. 이에 관해 전해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다음 기회에 상행하효는 서술하기로 한다. 무릇 관리는 강직하고 정직해야 하며,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백성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위민정치(爲民政治)를 할 것이다.

 

조선 세종 때 청백리로 소문난 정갑손이라는 관리가 있다. 정갑손은 청렴했을 뿐더러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세종 앞에서도 임금의 언사와 행동을 가차없이 비판하기로 유명했다. 이런 그를 불편하기 여기기는커녕 중용한 세종의 그릇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갑손을 괘씸하게 여기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갑손은 중앙관직에서 밀려나 경기도 관찰사로 곧이어 함길도의 관찰사로 좌천되었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정갑손은 선정을 베풀어 그 지역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함길도 관찰사로 봉직하던 중 요즘말로 하면 연차를 써서 한양으로 왔다. 이 때 세종임금을 배알하는데 세종이 그의 선정을 칭찬하고 중앙관직에 복직시켰다.

 

정갑손이 함길로 관찰사로 재직 당시에 한양에 출장 갔다 되돌아가던 길에 그 지방에서 실시한 향시(鄕試)에 아들이 합격했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문과시험은 향시에 합격한 자가 진사시를 칠 수 있고, 이 시험에 합격해야 소위 대과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함길도에서 실시한 향시에 아들이 덜컥 합격했으니 보통사람 같으면 얼마나 기뻤겠는가?

 

하지만 정갑손은 달랐다. 정갑손을 시험을 주재했던 관리를 불러들여 늙은 놈이 감히 나에게 여우처럼 아양을 떠는구나. 내 아들은 아직 공부가 이에 미치지 못하거늘 어찌 요행으로 관찰사와 임금을 속이려 하느냐라고 호통을 치고는 이 관리를 파직시켜 버린다. 그리고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아들을 직접 지워버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관리가 불편부당하지 않고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과연 정갑손의 행위가 불편부당한가? 괜히 영특한 아이의 미래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아버지가 관찰사로 있는 곳에서 과거 시험을 치른 행위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아들은 나중에 과거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아가지만, 그 당시에 아들의 선택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갑손의 결정이 과연 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별명인 독격골(獨擊鶻, 혼자 내려치는 매)’이라는 명성을 지켜 가문과 자신의 지위의 안전을 위함이었을 것인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공직자는 일종의 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모가 지방의 고위공직자이고, 대학 교수라면 더더군다나 말이다. 정갑손이 만약 아들의 합격에 아무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변한들 누가 그 말을 진실이라고 믿겠는가? 그걸 접하는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낄 것이고, 패배감에 찌들 것이다. 그리고 그의 다스림이 과연 불편부당하게 여기겠는가?

 

요즘 시대에는 이를 역차별이라고 한다. 부모가 대통령, 국회의원, 대학교수라 할지라도 자신이 선택해서 취직을 했는데, 그 직위를 박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갑손은 이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자신이 관찰사로 재직하는 동안에 자신의 아들이 과거시험에 응시했다면 결코 관리들은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던 듯하다.

공직에 봉사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매관매직이 횡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졌다. 대부분의 장관후보자들이 이런 형편이다. 자신들이 과거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장관 후보자 중에는 학회에서 만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신문기사를 보면서 아연실색했다. 대학총장이 되면서 타락했던 것인가, 아니면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자녀들이 공부 잘한다는 자랑에 마냥 부럽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⑶ 정갑손이 남긴 교훈

정갑손은 31녀를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중에서 셋째 아들인 정오(鄭烏)가 그 주인공이다. 정오는 효성이 지극했고 문재(文才) 또한 뛰어났다. 이를 알고 있는 정갑손이 아들을 과거 1차 시험에서 탈락시켰던 것이다.

 

당시 출제위원들은 아들의 합격을 취소하라는 정갑손의 명령에 채점은 공정했고, 장원 자격이 충분했다라고 항변했다그러자 정갑손은 태연한 태도로 내가 이곳 관찰사로 있는 한 정오는 합격시킬 수 없다.”가 대꾸했다.

 

그날 밤 정갑손은 아들 정오를 불러서 이르기를 오야. 나는 네가 힘길도 향시쯤이야 가뿐히 장원하고도 남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라고 얘기하자, 아들 오는 미소로 답하면서 아버님의 뜻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단다. 그 아들에 그 자식이다. ‘상행하효의 전형이었다.

 

그 후 정오는 외가가 있는 경상도로 내려갔다. 그 곳에서 실시된 향시에서 장원급제하였다. 이듬해 한양에서 치러진 과거에서도 장원급제를 하여 어사화를 꽃고 함길도로 내려갔다고 한다. 이를 본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 외가에까지 가서 장원급제 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관리가 해야 할 공정이고 품격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을 지키는 것이다. 깊이 새겨야 할 훌륭한 인품이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자

이제 본론으로 되돌아가 보자. 왜 불편부당을 논해야 하는가?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보자니 정말 가관이다. 이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나 교수가 부정행위를 일삼으면서 착하게 행동해라, 학생답게 행동해라라고 얘기하면 누가 그 스승을 존경하겠는가?

 

5월은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매일이 어린이날이요, 어버이날은 매일이 어버이 날이다. 마찬가지로 매일이 스승의 날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어린이는 어린이 일 수밖에 없다. 티 없이 맑은 어린이가 티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마련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도리이다. 그런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새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오늘도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불편부당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이 단어를 아는 대학생들이 아무도 없다. 그냥 불편부당인데요.’라고만 대답한다. 예전 같으면 혼내거나 공부해야 한다고 얘길 했지만 정갑손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공정함’, ‘치우치지 않음’, ‘중정’, ‘상행하효란 단어를 설명하면서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인가를 다음 시간에 토론하고자 제안했다. 그러자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잘 준비하겠습니다.

 

나가면서

이젠 서서히 마무리를 해야겠다. 공직자들은 청렴교육을 매년 일정 시간 이상 받는다. 그리고 새해 시무식을 할 때 공직자들은 청렴 서약을 한다. 과연 청렴교육과 청렴서약을 해야만 할까? 공무원 조직이 이렇게 깨끗하지 못했단 말 인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요구하는 국민들의 청렴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더 나아가 국민들이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수히도 많다. 친절해야 하고, 민원인에게 상냥해야 하고,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하고, 일반국민보다 훨씬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되고, 음주운전을 해서는 더더구나 안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잣대가 엄격하지 않은가? 그렇다 엄격하다. 그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청렴은 업무 수행이 공정해야 하고, 과정에 반칙이 허용되지 않아야만 그 가능성이 구현된다.

 

중국 명나라의 청백리로 유명했던 우겸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가 천자를 알현하러 가게 되자, 그에게 금은보화는 아닐지라도 지역특산물이라도 들고 가라고 지청구를 하는 이들이 있었나 보다. 그러자 그는 아름다운 시로 화답한다. “두 소매에 맑은 바람만 넣고 천자를 알현하러 가서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면하리라.”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나 관복의 소매가 넓어 재물을 넣는 역할도 했으리니, 이 두 소매에 바람만 넣겠다는 우겸의 시는 결국 아무 재물도 지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떤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옷 깃 한 자락에서라도 청량한 바람, 청풍(淸風兩袖, 두 소매 안에 맑은 바람만 있다.)만 풍겨 나오게 하겠다는 자세에서 큰 교훈을 얻는다. 이 청풍양수는 추호도 재물을 탐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표현한 말로, 청백리라는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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