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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사는 방법은?

#그 누군가의 바람-신언서판(身言書判)

by 보린재 2022. 3. 26.

그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멀리 보이는 63빌딜일까? 고급 아파트일까? 아니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일까? 노자는 으뜸의 선을 '상선약수'라 칭했다. 아니면 제3의 그 무엇일까?

들어가는 말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본 뜻은 풍채와 언변과 문장력과 판단력인데, 이는 선비가 지녀야 할 네 가지 미덕을 말한다. 이는 원래 당()나라 때 관리를 선발하던 기준이었다고 한다.

 

신당서(新唐書) 선거지(選擧志)〉》편을 보면 무릇 사람을 가리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이니, 풍채가 건장한 것을 말한다. 둘째는 언()이니, 언사가 분명하고 바른 것을 말한다. 셋째는 서()이니, 필치가 힘이 있고 아름다운 것을 말한다. 넷째는 판()이니, 글의 이치가 뛰어난 것을 말한다. 이 네 가지를 다 갖추고 있으면 뽑을 만하다.(凡擇人之法有四. 一曰身, 言體貌豊偉. 二曰言, 言言辭辯正. 三曰書, 言楷法遒美, 四曰判, 言文理優長. 四事皆可取.)”

 

현대에도 적용가능한가?

고대 그리스나 로마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의 고()시대에도 마찬가지지만 여자를 볼 때는 미모를 보고, 남자를 판단할 때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2022년 현재에도 신언서판은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의 본뜻과는 상관없이 외모 즉 생김새에 치중한 느낌도 있다. 우리의 논의 주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신언서판을 다시 설명하면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을 의미한다.

 

신언서판이 등장하게 된 것은 당나라에서 공직을 맡을 사람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중시되었다. 외모가 반듯해야 하고, 바른말을 해야 하며, 문장에도 능해야 하고, 물리(物理, 사물의 이치)에 익숙해 사리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의 충족을 요구했다. 작금(昨今)의 대한민국을 보노라면 감히 이런 사자성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공직자 상을 그려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제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네 글자를 하나씩 분석해 보자.

 

먼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의미한다. ‘()’은 흔히 첫 인상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첫 번째로 중시했던 덕목이다. 오죽했으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사주관상을 보는 관상쟁이가 등장했겠는가? 사회적 지위의 고하(高下)와 관계없이 첫 눈에 풍채와 외모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무리 능력주의를 외친다 해도 그 본질에는 외모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도자는 훌륭한 인품도 갖추어야 하겠지만 그 개인의 경력은 물론 전문성, 업무추진능력 등도 당연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 그 사람의 행적은 좋은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특정 개인의 행적 속에는 그 개인의 삶이 녹아있다. 풍채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위선자라면, 배신자라면 배은망덕(背恩忘德) 그 자체이다.

 

둘째는 ()’인데 이는 사람의 언변을 이른다. 이것은 정언(正言)의 중요함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정언이란, 어떤 명제나 주장, 판단을 가정이나 조건을 붙이지 않고 단정하여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아무리 학식이 풍부하여 그 말에 뜻이 깊고 아는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말에 조리가 없고, 말이 분명하지 못했을 경우 데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말에 조리가 있고 분명한 뜻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옳고 그름을 가려 바로잡는 변정(辯正)’이 없다면 이 또한 사뭇 사람들을 현혹하는 언사에 불과하다.

 

현대처럼 공직자의 선출이 일반화되어 있는 시대에는 후보자 자질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연설, 토론, 대담’ 등이. 왜냐하면 이것이 자신을 알리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토론 등을 통해 공약의 이행률이나 가능성, 실천력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만약 비현실적 공약을 하거나 막말이나 저급한 언행을 일삼는 후보자는 걸러내야 한다.

 

세 번째는 ()’이다. ‘는 단순히 글씨를 쓰다’, ‘글씨’, ‘기록하다의 의미보다는 준미(遵美)’에 더 가깝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필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필적은 즉 글씨체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준다고 보았고, 글씨에 능하지 못한 사람은 그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인 지금은 붓으로 글씨를 써서 의미를 전달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컴퓨터가 대중화되었다. 이런 시대에는 무엇보다 컴퓨터 활용능력과 함께 문장력까지를 포함한 IT활용능력이 요구된다. 요즘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보면, 그 사람의 지식의 많고 적음은 물론 인성과 함께 문장력도 판단할 수 있다. 핵심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요구되는 시대이다.

 

네 번째는 '판()'이다. ‘()’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이면서 동시에 문리(文理) 즉 글 속에 담긴 뜻을 깨달아 아는 힘이다. 만약 이러한 능력이 없다면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이나 국민에게 전가된다.

 

리더는 인사예산사업 등에 대한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어야 한다. 인사는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것은 곧 예산의 낭비를 막아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4차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판단해야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며,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해 내는 일 모두 판단력의 영역이다. 판단력을 갖추었을 때 리더는 스스로 청렴해질 수 있고 국가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주민과 국민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체모(體貌)가 뛰어나고 말을 잘 하고, 글씨에 능해도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깨달아 아는 능력이 없으며, 그 인물됨이 출중할 수 없다. 그래서 문리를 정확하게 하여 깨달아 실천할 수 있는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가면서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이 신언서판이라 하기 민망했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백성을 걱정(우민, 憂民)하는 지도자보다는 백성을 어리석은 존재(우민, 愚民)처럼 내가 주장하면 사실이야’, ‘나만 믿고 따라와등 염치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 있었다. 이는 곧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이상향보다는 정치를 형식화, 왜곡화시켜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증대시키게 된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촉진시키지 못하고 비과학적인 방법에 의존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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