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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었던 책(도서)?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by 보린재 2022. 2. 20.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소설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1970녀녀대 한국 문학에 크나큰 충격을 가한 기념비적 역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윤흥길 작가

먼저 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그렇게 되었다. 전공 위주로 책을 읽다가 최근 한 후보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감동 깊게 읽었다는 기사를 보고 부랴부랴 책을 주문했다. 다른 책과 같이 주문하다 보니 3일만(2022. 2. 18)에 도착했다. 도착한 즉시 책을 펴서 날밤을 새워 다 읽은 다음 글을 쓰려니 너무 졸려 잠을 청했다. 일어나 보니 일요일 아침이다.

 

이 책을 주문하고 검색사이트에서 윤흥길 작가를 검색해 보았다. 젤 먼저 뜨는 기사가 ‘197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가라는 글이 검색되었다. 광주대단지 사건(1971810)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 사건이 주 배경이라 하니 기대감에서 어떤 형식으로 전개될까가 무척 궁금했다.

 

읽고 난 이후 내 자신의 뇌는 정지된 듯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핵심 작중인물인 권기용이라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마치 내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이 작품의 성격을 이렇게 파악했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개인과 사회현실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한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모순을 그려내면서도 그 갈등과 모순 또는 위선을 다른 화자와 대화 또는 현실문제에 대응시킴으로써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고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이하에서 서술한 내용은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느낌을 적은 것이므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 소설의 구성

하루는 이런 일

엄동

그것은 칼날

빙청과 심홍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직선과 곡선

날개 또는 수갑

창백한 중년

 

위에서 얘길 했지만 작가의 문제의식은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모순을 간파하고 이를 선량한 시민이라 자칭하는 화자(송범섭 교수, 오선생, 권기용, 민도식, 신하사 등)들의 도덕적 갈등을 다룬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주목한 단어는 선량(善良)’이다. 해석해 보면, ‘품성이 어질고 착함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에서 선량은 불만이 있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기껏 꿈속에서나 해결할 뿐이지 행동으로 나타낼 줄은 모른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권기용이라는 인물이다. 권씨는 광주대단지 폭동 당시 주모자로 몰려 징역을 산 소위 전과자로 당국의 사찰 대상 인물로 그려진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의도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회피(아내 출산 후 실종)하거나 고민하는 연약한 사람으로 연약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려지다 죽다 살아난 이후 변화된 삶의 모습(자신의 구두를 불태우고, 동림산업 오사장의 승용차에 부딪혀 교통사고를 당한 사건)이후 계기를 맞게 된다.

 

개인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모순을 그린 작품으로그것은 칼날이라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비극 속에서 한 가정의 불행을 그린다. 윤봉이 엄마는 이렇게 얘기한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없는 돈빽만큼이나 재수도 없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내들과 함께노무자로 차출된다. 막내인 윤봉이는 저능아이고 백치로 그려진다. 윤봉이는 어른들의 속죄양 역할을 함으로써 희생되었다는 관점이다. 즉 윤봉이는 인민군 점령하에서 인민군에 동조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동네 어른들의 감정의 방패막이로 이용된다. 작품 속에서 아버지는 철부지 어린애를 방패막이로 삼아 자기네들이 인민군을 환영하고 공산당에 적극 동조한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는 데 이용하려 한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분노를 토로한다. 결국 아버지는 노무자로 떠나고 홍역을 앓던 윤봉이 죽음으로써 625전쟁의 참화가 초래한 희생의 의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그것은 칼날이라는 작품은 동필이라는 배냇반편(일명 팔푼이)’이 방직공장을 짓기 위해 동네의 논과 밭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도장을 찍지 않은 동필이를 서울 사내들이 숲속으로 끌고 들어가 살인하는 장면을 동네 아이들이 목격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가 그리려 했던 것은 동필이라는 인물의 희생이 개인과 사회(국가)와의 관계 즉, ‘개발주의 독재의 희생양으로 그리려 했다는 점이다.빙청과 심홍은 개인과 사회 또는 개인의 진실과 사회(조직)의 허위의식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신 하사는 조직의 허위에 대항하여 한 개인으로 진실을 밝히고 진정한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밝히려한다.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비행기 격납고에서 산소통이 폭발하여 우하사가 중화상을 입게 된다. 전신에 중화상을 입은 우하사는 영웅으로 미화되고 훈장 추서가 결정된다. 이에 대해 신하사는 우하사의 약혼녀에게 다음 내용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우하사는 불길에 휩싸였을 때 벌써 죽은 사람입니다. 그 후 부대안에서 벌어진 모든 우하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우하사가 살아 있다는 가정 하에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펼친 일장의 쇼에 불과합니다. 산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를 위하여 죽은 사람이 개처럼 질질 끌려다닌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하사는 우하사인 채로 죽어야 마땅합니다. 우하사는 더도 덜도 아니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면서 법석을 떨어대고 존경을 강요하는 건 불행하게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오히려 그의 인간다운 죽음을 모독하는 처사입니다.”

 

엄동에서도 작가의 개인과 사회사이의 갈등과 모순의 표출은 지속된다. 츨판사에 근무하는 이 눈이 내리는 날 성남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긴 줄에 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박이 사는 성남으로 가는 방법은 시영버스를 타는 것이다. 이 시영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해보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눈 때문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정규운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버스회사 직원의 일방적 외침이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분통을 사게 된다. 다방에서 박과 여성(정영순)의 대화속에서 소시민인 박과 허위의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정영순의 갈등과 대립이 그려진다. 이 소설은 다방에서 나와 여관으로 행하던 중 시영버스 16대가 줄지어 몰려옴으로써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때 정영순이 버스를 타기 위해 경쟁하다 실신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여성과 아는 사이냐고 물었을 때 무심코 고개를 돌림으로써 그 상황을 외면하게 된다. 성남에 도착한 후 다시 만난 정영순이 떠나고 박은 세상을 휘덮은 순백의 색채를 마주하면서 주위 모든 것에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 더 이상 고개를 바루고 꼿꼿이 서 있기가 차마 무엇했다.”라는 자조섞인 읆조림에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와 연작물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작품의 주 화자는 국어교사인 오선생, 권씨(권기용), 학사출신 경찰 이순경이다. 부부교사인 오선생과 그 아내, 광주대단지 사건의 주동인물이자 사찰대상인 권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선생은 사려깊고 온건한 인물로 그려진다. 권씨는 성남시의 시민으로서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의 비인간적인 횡포에 의해 좌절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광주단지 사건의 극렬 주동자자의 한 사람으로 당국의 사찰대상이 되지만, 이런 당국의 주목을 견디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시작은 권기용이 오선생의 문간방에 세를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이순경이 학교로 오선생을 찾아오면서 권씨에 대한 일일보고를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과 이후 소설은 권기용을 중심으로 읽으면 전후 맥락 파악이 잘 된다. 연약하고 선량한 소시민 권기용이 사회의 엄청난 압박에 맞서 싸우면서 적극적인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다. 권기용은 아내가 해산을 하던 중 병원으로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향한다. 다음날 학교로 찾아온 권기용은 병원비 10만원을 빌리려 오지만 오선생은 거절한다. 이후 권기용은 작부집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 집으로 가서 오선생이 자고 있는 방으로 칼을 들고 들어간다. 권기용은 오선생이 자기를 모욕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복면을 한 강도가 권기용임을 직감한 오선생, 강도 행각이 실패하고 문간방으로 들어가려는 권기용을 대문이 이쪽이라고 안내하는 오선생, 대문을 나서면서 권기용은 나 이래봬도 대학 나온 사람이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권기용이 떠난 문간방에는 정갈하게 닦인 여섯 켤레, 먼지를 뒤집어 쓴 세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다. 권기용이 신고 나간 한 켤레 포함하여 열 켤레이다. 일곱켤레를 한꺼번에 손질하여 매일 한 켤레씩 신고 나가는 모습의 상상과 권기용의 행방불명을 이 형사에게 알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화자가 오선생이라면직선과 곡선의 화자는 권기용이다. 이 작품에서는 권기용이 가출했다 엿새만에 귀가한다. 권기용이 자신이 자신의 구두에 대한 해명 그리고 자신의 구두를 연탄불에 태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권기용은 구두를 태우면서 자신의 변화가능성을 암시한다. 그 암시를 보면

 

얼굴에서 읽은 체면을 엉뚱하게 발에서 되찾고자 기를 쓰던 내 병적인 자존심 대신에 철면피의 뻔뻔함이, 그리고 인면수심의 사악함이 아홉 켤레의 구두를 희생으로 드리는 번제(燔祭)”를 통해서 굳건히 자리 잡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라는 대목이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러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동림산업 오사장의 승용차에 부딪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서이다. 동림산업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 중 권기용은 보상금을 포기하고, 퇴원 후의 요양에 필요한 약간액의 경비와 입원기간에 손해 본 수입액만 받고 동림산업에 입사하기로 합의한다. 합의서와 각서를 주고 받은 후 사진기자를 대동한 동립산업 측과 사진촬영을 한다. 그런데 신문에 난 기사는 권기용을 자해 상습범에 뻗친 갱생의 손길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여기에 오선생은 흥분을 억제하지 못해 안절부절하지만 권기용은 오히려 오선생을 진정시키고 위로한다. 여기서 권기용의 변화에 대한 오선생의 신랄한 비판에 권기용은 다음과 같이 대답함으로써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선생은 보름 안에 자기 손으로 집을 지어본 적 있습니까? 배고프다고 시위하다 말고 엎어진 트럭에 벌떼같이 달려들어 참외를 주워먹은 인생들을 본 적 있습니까? 죽었다가 살아난 경험은요? 그리고 생명만큼이나 아끼던 자기 구두들을 태우는 아픔은요? 이건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내가 경험한 이런 일 모두가 사회 탓이라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도 아닙니다.……산속으로 끝까지 가보도 길이 없으니까 이제부터 들판 쪽으로 가보려는 것 뿐입니다.”

 

날개 또는 수갑창백한 중년은 권기용이 동림산업에 입사한 이후에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 두 소설의 주제는 자유냐 생존이냐가 핵심주제라 본다. 역시 여기서도 윤흥길 작가의 주된 관심사항인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속에서 소시민의 삶속에서 갈등과 대립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자유에 대한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존의 진정성도 중요하다.날개 또는 수갑에서는 민도식이라는 화자에 의해 자유의 진정성이,창백한 중년에서는 권기용에 의해 생존의 중요성이 역설된다. 날개 또는 수갑은 동립산업에서 사복제정 문제를 둘러싸고 회사와 본사 직원들 사이에 찬반을 둘러싼 논쟁인데, 사복제정준비위원회에서 결정이 난 이후 다방에서 민도식과 권기용과의 대화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권기용은 한쪽에선 작업중에 팔이 뭉텅 잘려져 나간 사람이 있고 그 팔 값을 찾아주려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선 몸에 걸치는 옷 때문에 거기에 자기 인생을 걸려는 분들도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신입사원 우기환이 나선다. “팔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옷도 중요해. 옷을 지키려는 건 다시 말해서 팔을 찾으려는 거나 마찬가지 일이야. 팔이 옷에 우선한다 생각하고 우릴 비웃었다면 당신은 분명히 덜 떨어진 사람이야.”

 

민도식이 옷 치수를 재지 않고 나와 다방으로 향한다. 여기서 대화 중 민도식은 다분히 허세가 섞인 것이 우리들 옷이고 허세 없이 그저 절실하기만 한 것이 권씨의 팔인지도 몰라.” “우리가 제복을 입음으로써 제약당하는 개인의 사생활을 저들이 팔을 잃음으로써 우협받는 생계만큼 그렇게 절박하게 느끼고 있느냐는. 일테면 치열도의 차이라는 거야.”

 

민도식이 말하는 치열도는 치열함 혹은 진정성이라 해석해도 될 것이다. 작가는 흘리는 듯 말하는 민도식을 통해 소시민적 삶의 단면과 앞으로 민도식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추측케 한다.

 

창백한 중년에서는 권기용이 생산부의 잡역부로 일하지만 생산부 사람들은 대학출신이라는 이유로, 직공들로부터도 사장이 보낸 감시원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권기용이 잡역부로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직공인 안순덕이다. 안순덕은 중식시간에 식당이 아닌 자재창고에서 밥을 먹다 기침을 한다. 이 기침이 암시하는 것은 그 당시 유행하던 폐결핵인데 그 장면을 목격한 권기용에게 안순덕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결국 회사 정기검진에서 안양은 폐결핵 진단을 받게 되고 회사는 출근하지 말고 회사에서 쉬라는 통보를 받지만 안순덕은 출근하지만 자신의 자리였던 재단기에는 다른 직공이 배치되었다. 중식시간에 안순덕은 재빠르게 재단기 핸들을 잡아들었다. 이때 재단기 핸들을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순덕이 사이에 실랑이 와중에 순덕이는 팔목이 잘리고 만 것이다. 이때 동력반에 근무하는 박환청이 순덕이의 잘린 팔목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순덕이가 입원한 병원입구에서 권기용과 술이 취한 박환청에 의해 주먹세례를 당한다.

 

이제 권기용이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변화 후 권기용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역할을 암시한다. 본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타격은 일종의 청량감 같은 것이었다.……내가 만약 이 자리에서 저 미치광이 젊은이한테 타살당하지 않고 살아날 수만 있다면, 하고 권씨는 가정을 해보았다. 살아난 값을 톡톡히 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노조 간부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 본사에 가서 사장을 만나는 일도 당연히 고려에 넣으면서 권씨는 차츰 의식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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