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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사는 방법은?

눈과 설 그리고 떡국

by 보린재 2022. 2. 1.

눈이 내려 골목길에 소복히 샇여 있다. 어떤 부지런한 사람이 왼쪽길은 쓸었나보다. 그런데 오른쪽은?...사실 오른쪽은 재개발로 인해 모두 이사가고 빈집이라서.....아마도 이쪽은 눈을 쓸지 않았나보다. 작년때만해도 가운뎃길만 남겨놓고 가지런히 눈을 치웠었는데...

오늘이 민족고유의 명절 설이다. 뉴스에 비춰지는 고속도로는 한산하게 보인다. 눈이 내려 도로가 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카톡이나 밴드, 텔레그램 등에는 친구들, 제자들, 지인들, 선후배들이 앞다투어 연하장을 올리며 새해인사를 한다. 아마도 의례적인 것이겠지만 그래도 1년동안 잘 사고 있었음을, 앞으로도 잘 살것임을 약속하는 것이리라.

 

나는 겨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몇년전부터 수족냉증이 발발해서 손발이 매우 시럽다. 자꾸 손을 바지주머니로 향하고, 아니면 장갑을 끼고 다닌다. 왠지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그러다보니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한가지 예외는 있다. 눈은 좋아한다. 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이 복잡하다. 겨울에야 눈을 볼 수 있는데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왠지 눈 내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설레이기도 하고 눈사람이라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인가?...직접 손으로 눈사람을 만들지 않고 눈오리를 만드는 프라스틱 제품이 출시되어 쉽게 만들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굴뚝같은데 밖에서 눈을 맞으며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 이건 또 왠 심보인가?

 

눈내리는 창문밖으로 보거나 누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을 보거나 눈오리를 만들이 담벼락위에 올려 놓으면 무척 기분이 맑아진다. 그리고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만다. 하지만 눈이 녹아 신발이 더러워지거나 현관에 남겨진 더러워진 자국을 보노라면 괜시리 미간이 찌뿌려진다. 참 사람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느게 진심인가? 그리고 난 무엇을 좋아하는 걸까? 그렇다면 난 무엇을 싫어할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상이 앉아 내가 싫어하는 걸 쭉 나열해본적이 있다. 그렇게 나열하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먹는것, 담배피는것, 지인들과 술마시는 것, 책보는 것' 외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 그후로 의도적으로 내가 보는것, 느끼는 것, 만지는 것 등등의 것들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랬더니 비 내리는 날도 좋아졌고, 눈내리는 날도 좋아졌다. 어느덧 내 마음은 감상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진짜 내가 좋았던것,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들이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랬더니 하루하루가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행동과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COVID-19이다. 난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어제 남자아이를 출산한 딸은 백신주사를 맞지 않았고, 18개월된 손녀가 눈에 아른거렸다. 옷을 입르려다 다시 벗고 그냥 쇼파에 주저 않아 커피를 마시다 다시 책상에 앉아 읽던 책을 읽으려니 보이는 건 글자뿐이다. 

 

설날인 오늘도 코로나 확진자가 18,343명이다. 1월 25일 13,000명으로 시작으로 20,000명에 육박한다. 아마도 설 연휴가 끝나면 20,000은 물론이고 곧장 30,000도 넘어설 기세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국내 검출률이 1주 사이 50%에서 80%로 증가해 우세종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가운데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계통 사례 6건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단다. 이런 뉴스를 접하니 걱정이 앞선다.

 

12시간 진통끝에 자연분만을 하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한 딸이 병원복을 입은 상태에서 새해 인사를 영상으로 대신한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흑호랑이띠를 가지고 태어났을텐데 그 하루를 참지 못해 일찍 나온 손주를 사진으로만 대면했다. 장교로 복무하는 아들은 5분대기조라 하면서 카톡으로 새해인사를 대신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백호랑이띠인데, 조카가 흑호랑이해에 태어났으면 흑백 호랑이가 세상을 크게 호령했을 거라고 말해 한참을 웃었다. 그래서 딸과 아들에게 요즘시대는 음력도 사용하지만 양력으로 하면 임인년 흑호랑이해가 맞으니 나중에 손잡고 세상을 크게 호령해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아내와 며느리가 새해 아침상을 차린다. 으레껏 떡국에 전, 생선, LA갈비 등이 줄지어 나온다. 떡국에는 김가루와 달걀 노른자로 만든 고명이 올려진다. 색상의 조화가 참 아름답다.  떡국은 먼 옛날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복을 빌며 먹는 음식이기도 했지만, 정월 초하루인 설날은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천지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란다. 양의 기운이 돋아나 만물이 되살아나는 날,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를 빌며 한 해 동안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먹던 음식이 바로 떡국이라는 것이다. 이건 너무 추상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떡국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일부를 옮겨보기로 한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설날이면 멥쌀가루를 쪄서 커다란 목판 위에다 놓고 떡메로 무수히 내리쳐 길게 늘여서 만든다”고 설명했단다.  “동전처럼 얇고 가늘게 썰어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은 후 후춧가루로 양념을 한 후에 먹는데 이를 떡국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동국세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한양의 세시 풍속을 기록한 《열양세시기》에서도 섣달 그믐날이면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가늘게 썬 후 설날 떡국을 끓여서 식구 숫자대로 한 그릇씩 먹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 깊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는 아마도 떡국에는 부자 되게 해달라는 소망도 담겨 있다고 본다. 드디어 발견했다. "가래떡은 굵고 길다. 그래서 떡국을 끓이려면 떡을 썰어야 하는데, 흥미롭게도 옛 문헌에서는 하나같이 가래떡을 동전 모양으로 썬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드디어 목적달성이다. 내 자신이 지금 무슨 부자가 될 수 있겠는가 마는 우리 두 아들과 딸만이라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돈걱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기를 바랄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커피가 식어버렸다. 다시 물을 끓여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다. 오늘도 하루가 또 저물어 가겠지만 그래도 내일은 또 태양이 뜨지 않는가? 이렇게 오손도손 사는 것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사는 것도 인간답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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