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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었던 책(도서)?

밤이 선생이다.

by 보린재 2021. 11. 26.

고인이 되신 황현산 선생이 '밤이 선생이다'는 산문집이다. 생전의 황선생은 문학비평가로서 명성을 날렸던 분이다.  황선생은 그동안 한겨례 신문과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을 위주로 이 책을 엮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대략 30여 년에 걸쳐 썼던 글들을 하나로 묶은 산문집이다. 나는 이 책을 몇번에 걸쳐 읽고 나서 80년대 즉 내가 대학생이고, 대학원생일때 썼던 글을 지금 시점에서 읽어보아도 절제된 언어와 그것을 표현하는 수사법을 통해 언어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그 지적 사상력을 그려보기도 한다. 만약 생존해 계신다면 한번 더 뵙고 그 당시의 느낌을 듣고 싶지만 그리 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든 인간들은 계층이나 지위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기를 원할 것이다. 이것은 그리움일까? 아니면 실현가능한 현실일까? 만약 이 꿈이 현실세계에서 실현가능하다면 아마도 모든 생명이 서로 어우러져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꿈이어서 그리운걸까? 나는 지금도 그 꿈을 꾼다. 그런 차원에서 내 전공이 아닌 책들도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 하지만 그 꿈을 찾아 나 혼자서 나선다면 그대로 꿈일 것이다. 여기에선 동료가 필요한데 그 동료가 쉬이 찾아지질 않는다.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그 동료도 이제서야 생겼다.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서설이 길이를 좀 더 늘려보기로 하자. 이 산문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칼럼을 모았기 때문애 소주제들의 길이는 길지 않다. 편안한 맘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칼럼의 소재가 워낙 다양해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다. 먼저 나의 느낌을 적자면 모든 글 속에는 각 행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사는 것도, 공부와 오락이라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도,  사투리에 대한 정서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어 정리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라 본다.

 

책속으로 들어가보자. 어머니와 학생의 갈등은 공부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어머니는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오락은 없다.'는 주장을 한다고 치자. 순종적인 아이는 어머니의 말에 동의할 것이고, 청소년기가 시작되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오악과 공부는 달라요. 오락은 이기건 지건 판이 끝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공부는 그럴수 없으니 아득해요(16p).' 어머니는 공부를 통해 오락의 기쁨도 아픔이라는 고통도 잊으라 하지만, 이 대답속의 학생은 오락과 공부의 차이점은 물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차이를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행위의 선택시점에서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이루어놓은 결과에 줄곧 얽매이면서 이어나갈 것이냐?

 

두번째는 오적이라는 시로 유명했던 김지하 시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역시 황선생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엇갈린다. 황선생이 고교 1학년때 김지하 시인이 자기 모교의 문예반 후배들과 함께 수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면'을 상연하면서 첫 대변을 하는데, 이 연극이 황선생의 대학 진학시 학과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김지하의 모습과 2000년대 변절한 모습으로 등장한 김지하의 본질은 무엇일까? 황선생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두 분의 고향에 있는 초라한 뒷산에 비유한다. 김지하의 이상한 말들이 저 '초라한 비녀산과 안장산에서 고득하면서도 찬란하게 돋아오르던 풀잎들을 때아닌 황사처럼 덮일 때는 가슴이 송곳에 찔리는 듯 아프다.'고 표현한다. 본질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김연아 선수에 대한 글이다. 제목이 "김연아가 대학생이 되려면"이라는 글이다. 선생은 정상적인 것은 평범한 것인데, 이미 김연아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김연아가 견뎌내야 할 부담감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현재 대학이 처해있는 현실 즉 대학이 나아가야 할 현실을 냉정하게 집어낸다. 대학이 학문의 자유와 상아탑의 역할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던 고려대 학생의 '대학을 거부한다'는 선언과 서울대 학생의 대자보를 소개하면서 대학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겸허할 것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김연아에게 제시하는 대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주제의 마지막 문장에 나와 있다. '김연아가 평볌한 대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 대자보 앞에도 서 있어야 할 것이다.'라는 문장이다. 이것이 평범한 대학생이 젤 먼저 갖추어야 할 본질이라는 것이다.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최고 스포츠 스타이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대학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생의 글들은 본질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과 용기를 준다. 여러분에게도 일독을 권해본다. 늦게 나마 고인의 영면과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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