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었던 책(도서)?

조용한희망

by 보린재 2021. 11. 19.

스테퍼니 랜드의 '조용한희망'이란 소설은 싱글맘으로 아이를 돌보며 청소일을 하고 대학 공부까지 해내야 하는 삶속에서 저자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힘든 삶을 극복해 나간다. 이 작가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데, 이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조용한희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스테퍼니는 결코 그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고교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자친구를 만나서 아이를 임신 출산하고 남자친구의 폭력, 힘든 가사도우미(우리 식으로는 청소노동자 정도)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힘들고 고난했던 일들을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 외상과 싱글맘에 대한 편견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치유해 나간다. 6년이라는 기간의 가사도우미 활동을 끝내고 고교시절 꿈에 그렸던 몬태나 주립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그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일종의 자화상을 그려간 소설이다.

 

이 책을 접한 첫 느낌은 가슴이 먹먹했고, 내가 만약 주위에 있었다면 그냥 도와주고 싶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나는 이미 스테퍼니와 동일체가 되어 같이 청소하고, 운전하고, 아이(미아)의 재롱에 웃음짓고, 슬픔에 눈물 흘리고 있었다.  이 책 자체가 이런 감동과 서사를 제공해 주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의 원래 목차와 관련없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나의 느낌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노숙인 쉼터에서 첫 걸음마를 시작한 미아 둘째 꿈을 이루기 위한 스테퍼니의 눈물겨운 몸부림 셋째는 꿈은 이루라고 있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류해 보았다. 이건 나의 느낌을 기초로 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고 또한 얻는다. 그렇다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스테퍼니는 20대에 이렇게 외친다. '먹고 살기 위해 사는 삶과 진짜 삶은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읆조린다. 먹고살기 위해 사는 삶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면 진짜 삶은 자신의 가슴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꿈' 혹은 남에게 결코 얘기할 수 없는 '조용한 희망'을 하나씩 하나씩 실현해 가는 것이 아닐까? 만약 후자라면 힘든 일도, 경제적 어려움도 주변의 시선 역시도 하나의 과정에 불과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실현이 목전에 있다면......나는 그런 것을 이 책에서 느끼고 보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조용한 희망'은 무엇이었을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있었나? 그걸 꿈꾸어 보았나?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상태의 나 인가?라고 되물어 보지만 결코 그 대답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지금부터는 스테퍼니 랜드에게 감정이입을 해보기로 한다. 노숙인 쉼터란, 최소한의 생활만이 가능한 공간이리라 상상된다. 그곳에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미아를 보는 엄마의 심정과 느낌은 어뗘했을까? 딸 미아의 헝클어진 머리에 아기 우주복을 입고 걷기 위해 균형을 잡으려는 미아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쉼터도 경제적 자립을 할 때까지 머무는 것이 보장되지 않고, 90일 이후면 임시주거지로 옮겨야 한다. 더군다나 임시주거지는 외부인 출입도 금지되고, 물건도 들여놓을 수 없고, 큼직한 가방 하나 정도 들어갈 크기라면....더욱 비참함을 느꼈을 것이다. 여기서는 경제적 독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스테퍼니랜드가 처음 시작한 일은 '시간제 정원사'였지만, 경제적 사정의 어려움을 알고 지인들의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60대말~70년대 초 푸세식 화장실은 아니였겠지만,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은 아닐 것이다. 이 때 싱글맘이 가졌던 희망은 무엇일까? 아마도 아빠, 엄마, 귀여운 따로 구성된 평범한 가정일 것이다. 가족이 둘러앉아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TV를 보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후일에 넓은 광장이나 들판에서 아이와 함께 풍선에 묶인 끈을 붙들고 뛰어 다니고, 조그만 케익을 놓고 생일파티를 하고....등등이 아닐까? 임시아파트에 입주할 때 재혼한 엄마는 이붓아빠와 함께 이사를 돕고 미아의 생일파티를 한다. 이 아파트 입주 조건에는 무작위 소변검사, 아파트 불시점검, 밤 10시 통금에 동의해야만 한다. 이것도 운이 좋아야만 입주가능하다면 여러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스테퍼니는 항상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꿈을 접어야 한다. 가난한 나, 돌도 지나지 않는 딸 미아, 이기주의적인 남자친구와 가정폭력,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엄마와 새아빠, 아이가 뛰기라도 하면 아래층에서의 항의 등등.....은 스테퍼니로 하여금 주위 사람들에게 나와 딸은 위험한 사람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생존을 위한 정부의 7가지 지원도 너무 꼼꼼하다.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하지만 스테퍼니는 '러닝스타프프로그램(고등학생이 지역 전문대학 강좌를 수강하여 대학학점을 미리 취득해 조기 졸업할 수 있는 제도)'를 신청한다. 감정이입이란,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당장 저녁끼니를 걱정해야 하는데....아이를 돌봐야 하는데....이게 여성의 힘인가? 아니면 그녀만이 가지는 그 무엇이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가? 내가 내린 결론은 '작가라는 조용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꿈(조용한 희망)을 향한 스테퍼니의 첫 몸부림은 두번째 남편 트레비스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시작한다. 트레비스와 헤어지고 원룸아파트로 입주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딸 미아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사사도우미(청소원)의 생활이 시작된다. 첫 업체인 클래식클린에서 일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청소를 하던 중 본격적인 독립적인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전문 청소원으로 일주일에 25시간씩 일하지만, 아직도 생활비가 모자랍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한다. 그러던 와중에 미아는 이비인후과에서 귀 환기관 수술을 받게 된다. 이때 스테퍼니가 느꼈을 가슴속 깊은 심연속 느낌은 아마도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느낀 현실이었다. 아마도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딸 미아때문에 눈을 뜨고 잠을 청해야 했을 것이다. 청소일이 얼마나 힘든가! 주인공은 우리말대로 온몸에 파스를 붙였을 것이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타크서클은 더 커졌을 것이고, 얼굴은 햇볕을 제대로 보지 못해 창백했을 것이고, 머리엔 모자를 썻을 것이고, 하나의 바지로 버텨야 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의 슬픔, 그렇다고 친구들에게 편하게 얘기할 수도 없었을 상황, 설령 얘기한다 한들 그 친구들의 반응은 그럴 것이다. "네가 어떻게 그 힘들 일들을 다 해냈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라고 동정과 감동의 탄식이 함께 나왔지 않을까? 누구나 이런 삶은 자신이 바라던 모습은 아니다. 스테퍼니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살지는 않을꺼야(332p)' 드뎌 조용한 희망을 향해 힘껏 날개짓을 하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스테퍼니는 세금신고를 하고 나니 근로소득세액 공제 및 자녀세액 공제를 적용하니 4,000달러의 새금 환급을 받는다. 스테퍼니가 받는 세달치 월급보다 많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스테퍼니는 그 돈으로 몬테나 즉 빅 스카이 컨트리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도 맘 먹는다. 세금 환급금이 계좌에 입금된 날,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티타늄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입한다. 다이아반지는 스테퍼니 자신에게 다짐하는 징표로서 사용할 그 무엇이었다. 사실 다이아반지를 사줄 소중한 남자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과의 다짐을 먼저 실행하는 모습이 멋지다. 혼자 힘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그 반지는 자신의 다짐을 일깨워 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정폭력상담원을 만나 상담실에서 미즐라를 동경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랬더니 상담원은 "한번 가보는게 어때요?"라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꿈인 몬테나 대학 문예창작학과 입학을 위한 장학금 지원서 즉, '여성 자립을 위한 장학금 프로그램(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특별히 제공되는 장학금)'를 신청하여 수혜자로 선정된다. 스테퍼니가 읽었던 책 '연금술사'의 한 귀절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이 이때 딱 맞아떨이지는 글귀다.

 

#스테퍼니랜드

#조용한희망

#스테퍼니랜드의조용한희망

#노숙인쉼터와미아

#미아의첫걸음마

#존스타인벡의찰리와함께한여행

#몬타나

#미줄라

#문예창작학과

#연금술사

#꿈은반드시이루어진다.

#보린재의명상

'#내가 읽었던 책(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총, 균, 쇠  (0) 2021.12.07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0) 2021.12.05
동물농장  (0) 2021.12.04
밤이 선생이다.  (0) 2021.11.26
인간 이재명  (1) 2021.11.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