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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사진 찍기?

#사라지면 그리울 것들...은행나무와 동네 나무들 - 4

by 보린재 2022. 2. 27.

우리 동내는 유난히도 은행나무가 많다. 이 은행나무는 우리집 맞은편 철거대상인 집 사이에 오똑이 서있는 은행나무이다. 내가 이집에 산지 20여년이니...그동안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이 은행나무가 있었다. 언제 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무에 비해 키는 크고 두께는 상대적으로 얇다. 은행나무의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할아버지가 심고 손자가 열매를 따먹는다'고 해서 '공손수'라고 불린단다. 그런데 은행보다는 은행잎이 함유하고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유해 산소를 없애고 세포막을 보호하고,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단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은행잎을 수거해가는 장사꾼이 있었던 기억도 있다.
이 은행나무의 두께가 얇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닥은 온통 시멘트 바닥이다. 그러다 보니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니...두께는 얇고 키만 위로 위로 클 수밖에....그러나 인간의 가옥과 은행나무의 이런 불편한 동거도 곧 끝날 것이다. 주변의 은행잎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다신 볼 수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은행나무인데, 가지가 크기 시작했던 지점에서 두 갈래로 뻣어 있다. 
위 은행나무 건너편에 있는 또다른 은행나무이다. 자기 몸 둘레의 일부분은 담벼락에 양보했다. 벽돌 담벼락은 그대로인데, 나무의 두께가 굵어지면서 마치 담벼락이 나무를 파고든 모양새다. 아마도 철거가 시작되면 이 나무도 베어질 것이다. 오랜 수령을 지닌 은행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다시 심어서 이산화탄소도 많이 흡수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정 반대편 집에 우뚝 서있는 은행나무이다. 잎이 무성하게 푸르를때는 몰랐는데, 잎이 다 떨어지고 나니 새집이 나타났다. 겨울이니 새들도 떠나고 앙상한 가지에 새집들이 유난히 잘 보인다. 아마도 봄이 되면 다른 새들이 찾아오겠지만 갈곳을 잃은 새들은 또다른 나무를 찾아 둥지를 틀 것이다.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하게 될지....벌써 집을 지을 새들의 수고로움이 눈앞에 선하다.
어제 바람은 불었지만 아직 미세먼지 때문인지 오후인데도 햇빛이 보이질 않는다. 이 은행나무는 내가 이사왔을때 여름이면 동네 노인들이 평상을 펴놓고 누워있거나 샛거리를 먹기도 했고, 손주들을 데리고 나온 할머니들이 손주이름을 정겹게 부르기도 했었다. 가을이 짙어지면 은행잎이 동네갈목을 노랗게 물들이기도 했었다. 그 은행잎을 밟으며 걷기도 하고 그 위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이젠 내년이면 추억에서만 이 나무가 남아있을 것이다.
이 은행나무는 두께는 물론 가지도 무성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곳은 놀이터 입구에 위치하다 보니 오다 가다 땀을 식혔던 기억이 있다.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식물 중 가장 오래된 식물이듯이 이 은행나무도 이 동네가 조성될 때 심었다 하니 상당한 나이를 자랑한다.
이 나무는 이 집을 외로이 지키고 있다. 나무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시멘트 바닥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꿋꿋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나무 역시 몇년 후 이 블로그에서 보면 이런 나무가 거기쯤 서 있었지라고 기억날 것이다.
이 나무는 감나무이다. 이 나무에 감이 열리면 고향집 단감나무가 생각나게 했다. 감이 익어가면 이젠 감을 따야 되나보다 하기 무섭게 시골에서 단감이 도착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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