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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적인 이슈는?

4차 산업혁명과 맘(Mom)

by 보린재 2021. 11. 28.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큰 반향과 충격을 일으켰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 구도, 기계의 지능적인 학습 능력, 인간의 정체성, 일자리 지형의 변화, 사회 변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 등이 대결 이후 회자된 대표적인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알파고로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사회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미 이러한 변화는 2016120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현재 이후를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하면서 촉발되었다. 그간 저성장, 불평등, 지속가능성 등 경제 위기 문제를 다루어온 다보스포럼에서 과학 기술 분야가 의제로 꼽힌 것은 포럼 창립 이래 최초였다.

 

1. 4차 산업혁명의 정의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이자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책 <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했다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2. 융합의 선도기술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10개의 선도 기술을 제시했는데, 물리학 기술로는 무인운송수단·3D프린팅·첨단 로봇공학·신소재 등 4, 디지털 기술로는 사물인터넷·블록체인·공유경제 등 3, 생물학 기술로는 유전공학·합성생물학·바이오프린팅 등 3개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봤다

 

3. 4차산업혁명과 고용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 이면에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 로봇이 저급 및 중급 기술자들의 업무를 대체하고, 언어와 이미지로 구성된 빅데이터 분석 등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업무들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빈곤이나 노동시장 붕괴 등의 파장이 예상된다. 또 노동시장 내에 '고기술/고임금''낮은기술/낮은 임금'간의 격차가 커져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리라는 예상도 있다세계경제포럼은 20161'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이로 인한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4. 4차산업혁명과 교육

4차 산업혁명 이전에도 이미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미 잘 알려진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무크(MOOC)' 등의 인터넷 동영상 교육뿐 아니라 강의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개별화 교육, 메이커 교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몇 달 전, 한 신문사가 주최한 에듀테크 관련 콘퍼런스를 다녀왔는데, ‘에듀테크(Education Technology)’라는 명칭을 통해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사용자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수준에 맞춘 문제와 풀이를 제공하는 기술), 소셜 학습 플랫폼, 태블릿 PC를 이용한 증강학습, 교육용 게임,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학습 코칭 등 배움의 형태도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5. 4차산업혁명의 핵심가치와 학교에서의 학습

4차산업혁명의 핵심가치는 "연결, 공유, 협동"이다. 4차산업혁명시대 사회는 무형의 디지털 정보기술에 물리학과 생물학이 결합하면서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연결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학교에서의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 경험 융합(Blended Learning), 교과 간, 학문 간 융합(STEAM Learning), 형식 교육과 비형식 교육의 융합(Crossover Learning), 과학적 논쟁과 맥락 기반 학습(Context-based Learning) 등이 향후 3년 이내 보편화될 학습이라는 예측과 권고이다.

둘째, 시공간을 넘나드는 협력 활동과 학습자의 역할을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메이커(Maker) 또는 창작자(Creator)로 전환시키는 학습 활동,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적용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 학습, 과제 기반 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학습이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의 학습 활동은 기술에 의해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되고, 분석되어, 학습 개선 정보로서 교사와 학생에게 제시되고, 이러한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기술이 전반적인 평가 체계를 바꿀 수단이 됨을 예측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분석 정보가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을 가능케 하고, 별도의 시험이나 평가가 없어도 학습성과가 진단되는 스텔스 평가(Stealth Assessment)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모든 학습 활동 데이터가 자동적으로 분석되고, 결과가 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시간을 요한다고 해도, 이미 우리 교육에서도 권고되고 있는 수행 평가로의 전환 과정에서 결과 판단이 교사의 관찰이나 직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온라인에서의 학습 활동 분석 정보가 교사의 관찰이나 기록 정보와 함께 객관적인 평가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시도는 의미 있어 보인다.

 

6. 학교에서의 학습과 맘(Mom)

위에서 제시한 학교에서의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학습자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요구된다. 이 능력의 함양을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창의성, 자기조절능력, 메타인지, 협동과 사회정서기술의 함양이 요구된다. 이러한 능력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초창기 단계에서부터 요구된다. 이를 위해 학습의 초기단계에서부터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시된다. 수년 전에 유행했던 헬리곱터 맘과 인공위성 맘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1) 헬리콥터맘(Helicopter Mom)

혹시 이전에 헬리콥터맘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재미있는 이 단어는, 평생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서서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치맛바람에서 파생된 말로, 착륙 전의 헬리콥터가 뿜어내는 바람처럼 거센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자녀 주위를 맴도는 엄마라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사실 성장기 아이에게는 부모의 케어가 필요하지만, 헬리콥터맘은 자녀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도, 일거수일투족을 참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학교 측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처럼, 취직 후 회사에서도 자녀의 경력을 관리하고, 심지어 부서 배치를 조정하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인공위성맘

인공위성맘은 자녀의 성장과 변화에 관심을 두고 충분히 소통하지만, 지나친 간섭과 조언은 절제해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깨닫도록 필요한 만큼의 조력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공위성 맘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며, 아이와 부모 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부모와의 신뢰를 통해 아이가 자존감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4차산업혁명사회에서 가정에서의 핵심적 역할이다. 하지만 이걸 방임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방임은 방치와 비슷하다. 혼동하지 마시길 바란다. 아이들은 실수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기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지면 그 아이는 운다. 그때마다 부모가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면 그 아이는 넘어질때 마다 울 것이다. 매번 일으켜 세워주겠는가?

3) 인공위성맘과 자기조절(통제)

여기서 자기조절이란, 학습자가 자신이 설정한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학습과정을 스스로 통제하며 적합한 학습과정, 절차, 전략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학습자의 자기조절학습능력은 학습의 참여, 과제지속성과 학업성취의 질을 판가름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자기조절학습을 위해 반두라(Bandura)는 인지론과 행동주의 원리를 통합적으로 적용하여 자기조절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간행동의 자율기능을 강조하였다. 자율기능은 적어도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보면 첫째, 학습자 스스로 목표와 기준을 설정하고(기준과 목표의 자발적 설정), 둘째 자신의 행동 중 어느 곳이 잘되고 부족한지 스스로 관찰하고(자발적 관찰), 셋째 자신의 행동을 부모나 교사, 친구 등 남이 평가하던 것을 스스로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자발적 평가), 넷째, 스스로 보상하거나 벌을 주는 것(자기강화)이다.

훗날 어린 자녀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자라기를 바라는가? 아마도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로 성장 발달시켜야 한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시대에의 세대들은 높은 직위나 경제가 성공의 잣대가 아니고, 사람됨이 그 잣대가 된다. 자라나는 자녀가 성공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조금 느리고 힘들지만 믿고, 스스로 헤쳐 나갈 능력을 가질 수 있게 기다려주는 인공위성 맘이 돼야 한다.

 

7. 기술발달에 따른 우려점

그럼에도 몇 가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어쩌면 기술은 우리의 삶과 교육을 더 피폐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인간을 넘어서는 기계가 등장한 만큼 기계화된 인간이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며, 기계에 종속되어 그것 없이는 기본적인 삶도 꾸려나갈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이 양산될지도 모른다. 이미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걷는 사람을 뜻한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배움에 있어서도 수업의 목적과 교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신 기술을 맹목적으로 사용한다면 학습 효율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생각해보자. 에스컬레이터의 목적은 힘든 경사로를 걷지 않고도 편리하게 가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있는 사람들은 그 위에서도 더 빨리 가기 위해 걷고 뛰고, 그러다가 이따금 사고까지 발생한다. 교육에서 기술도 에스컬레이터 같은 견인 역할 정도가 아닐까. 배움에 기술을 적용한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을 각주로 일일이 달아야 하지만, 필요할 때 읽었던 책이나, 인터넷 상에서 일부 내용을 모아놓다 보니....일일이 쓰신분들의 이름과 주제를 적지 못한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글이 가능했다는 점에 대해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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