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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적인 이슈는?

학력주의와 수능

by 보린재 2021. 11. 23.

2022년 수능시험이 끝났다. 올해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은 작년부터 코로나 팬테믹의 영향(혹은 유탄)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이어서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4영역의 난이도에 대한 관심이 컸었다. 아니나 다를까 TV나 신문, 블로그, 카페 등의 커뮤니티는 시끌벅적하다. 그 가장 주된 이유는 수능의 '난이도'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테믹이라는 상황은 학생들을 오랫동안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과 그로 인한 학력 격차가 확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치러진 수능시험은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 불릴만큼  난이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 소재대학의 경우 정시 비중이 40%가 넘어서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높아질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체감도는 예상 전망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6월과 9월의 모의수능과 난이도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모의수능에서 다루지 않았던 문항이 다수 출제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수능 난이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공교육의 약화로 귀결되고 이는 곧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문항을 개발하고 더 빠르게 정확하게 정답을 고르는 훈련을 통한 고득점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학생들을 모집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교육개혁을 통해 학습자 중심 교육을 표방했던 공교육은 다시 무력해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수능 난이도 그 자체보다는 '학력주의와 수능'이라는 주제이고, 좀 더 학력주의가 왜 수능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논해보고자 한다.

학력주의란,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라는 정책을 의미한다. 학력주의에 의한다면 정규 학교가 아닌 다른 서당이나 야학에서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의 학력은 무학이 된다. 학력주의의 일상화는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이 아닌 지적능력만을 중시하게 되고 그 결과인 '졸업증명서(학위)'는 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한 번 획득한 졸업증명서(학위)는 일종의 보증서로 일생동안 따라 다니면서 귀속적 지위를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이 학력의 상징적 기능이다.

학력의 상징적 기능은 선발적 기능을 강화하고 학력경쟁이 보다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수능시험이 가지는 선발적 기능은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수능시험 그 자체는 지위경쟁이론의 터전이 될 수도 있다. 지위경쟁이론은 학력이 사회적 지위획득의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학력을 취득하는 탓으로 학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남보다 한 단계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높은 학력 즉 상급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학교는 확대되지만 경쟁은 끝나지 않으므로 학교의 확대는 상급으로 파급된다. 이것이 고등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

덧붙이자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개정과정에서 교육내용의 적정화를 추구해 왔다. 교육내용 적정화의 일차적 목적은 학습부담을 줄이는데 있지만 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학습경험의 질 개션을 통한 유의미한 학습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2015 교육과정에서는 소수의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자 하였다. 핵심개념이란 교과의 성격을 드러내는 기초 개념과 원리를 포함하는 근본적인 아이디어이다. 교육내용 적정화의 두번째 목적은 핵심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과도한 학습량과 피상적인 학습(주입식과 임기위주의 입시교육)으로는 창의융합적 사고와 핵심역량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015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바인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내용, 교수-학습, 평가가 일관성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내용은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일반화된 지식과 기능으로 교육내용을 재구조화하였고, 교수·학습에서는 학생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파악하여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학생이 특정 맥락에서 학습한 내용을 새로운 문제 상황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풍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평가가 교수·학습의 일부분으로 이루어지도록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하였으며 수행평가를 포함한 다양한 평가 방법을 통해 교과 내 지식 간, 영역 간, 교과 간 학습 내용을 연결하여 융합적 사고를 기르도록 강조하였다.

앞으로 교육개혁의 방향은 바로 위 내용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특히 수행평가, 과정평가, 자기평가, 루브릭 평가가 학교에서의 학생평가의 주된 방향이 될 것이다. 다음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맘(Mom)이라는 주제로 학력주의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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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재의_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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