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동다니는 노량진 근린공원 중의 하나인 대방공원이다. 일명 용마산 근린공원이리고도 부른다. 아마도 이 공원이 만들어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쉼터와 휴식처, 운동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골에 가면 동네입구에 당산이 있지만 도시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 이 공원은 현대식 당산으로 휴식공간이기도 하다.대방공원내에 있는 용마산은 야구명문인 성남고를 품에 안고 있으며, 옛 공군기지의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시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얼마전까지 출입금지 표지판과 줄이 쳐져 있더니만 오늘 가보니 모두 제거되고 간혹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쉬기도 한다.운동기구들도 이제 제 역할을 찾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녹이 슨 곳도 보인다. 대방공원 둘레길은 아직도 흙길이어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이곳은 도토리 나무가 주 품종이어서 가을철이 되면 다람쥐도 간혹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공군부지와 붙어있는 언덕길이다. 대략 50여미터 쯤 되는데, 여름철에 이곳을 올라가다 보면 땀이 비오듯 흐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계단이 없었는데 10여년 전에 만들어놓아서 아무래도 주변 흙의 유실이 적은듯 하다.흙길 옆에 오르막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108계단이다. 이 계단 왼편이 흙길이며, 쭈욱 이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계단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한다. 나는 비가 오거나 밤에 다닐때를 제외하곤 이 계단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공군부지 담벼락을 따라 나란히 흙길이 펼쳐진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기도 하는데, 흙이 많이 쓸려나가 작은 자갈이나 돌들이 간혹 발바닥을 아프게도 한다.나무가 쓰러져 나뭇가지가 간신히 받치고 있다. 도토리나무는 태풍이나 장마철이 되면 간혹 쓰러져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조심조심 건넌다. 구청 공원관리과에 민원을 제기해도 쉽게 치워지지 않는다.이렇게나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거나 베어져 있어서 왠지 황량해 보인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숲으로 우거진다. 물론 도토리에서 새싹이 나서 금새 풍성한 숲이 될 것이다. 자연의 회복탄력성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만약 이 숲을 인간이 해치지만 않는다면 더 나아가 개발붐에 이곳에 아파트를 짓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숲길은 계속될 것이다. 또 한가지 불이 나지 않아야 이 숲을 오래 오래 볼 수 있으리라언젠가 이 길과 숲이 나에게도 추억으로 남겠지만 아직은 현재 진행형이다. 간혹 젊은 남녀가 다정스레 손을 잡고 혹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을 보면 그 젊은이들이 30~40년후에도 이 숲길이 남아있기를 기대해보기도 한다.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걷질 않아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길이다. 간혹 애완견의 배설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숲 밑에 조그만 정자가 만들어져 있는데, 간혹 이 정자에 앉아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사계절 내내 푸른 나무가 있어 좋은 오솔길이다.빼먹을뻔 했다. 10여년 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해가 가고 하니 많이 색깔이 퇴색한 모습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개그콘서트에서 유행했던 유행어를 본따서 그린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